자기 자신을 닮은 숫자, 암스트롱 수(Armstrong number)

무수한 수와 수식이 방사상으로 펼쳐지는 모습

자기 자신을 닮은 수

숫자 중에도 자기 자신을 닮은 존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수학자들은 이런 숫자들을 암스트롱 수(Armstrong number)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1966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컴퓨터 교사 마이클 암스트롱(Michael Armstrong)이 학생들에게 낸 프로그래밍 과제에서 유래했으며, ‘나르시시스틱 수(narcissistic number)’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자기 자신을 향한 완벽한 반사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자신을 재구성하는 방법

암스트롱 수의 정의는 단순하다. 어떤 수의 각 자릿수를 자리수의 개수만큼 거듭제곱해 모두 더했을 때, 그 합이 다시 자기 자신이 되는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153이라는 수는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

   1³ + 5³ + 3³ = 153

자신을 구성하는 숫자들을 세제곱해 다시 더하면 결국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완벽한 ‘자기 재현’이 바로 암스트롱 수의 본질이다.

알려진 암스트롱 수들

십진법에서 한 자리 수(1~9)는 모두 암스트롱 수이다. 각 숫자를 1제곱하면 언제나 자기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자리 수에는 그런 예가 없으며, 세 자리 수에는 다음 네 개가 존재한다.

   153, 370, 371, 407

이후 수많은 탐색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십진법에서 알려진 암스트롱 수는 총 88개뿐이다. 응용적 가치는 크지 않지만, 그 규칙성과 자기참조적 구조는 여전히 수학자와 프로그래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큰 암스트롱 수, 39자리의 자기 복제

가장 큰 암스트롱 수는 무려 39자리에 달한다. 그 값은 다음과 같다.

   115132219018763992565095597973971522401

이 숫자를 구성하는 각각의 자리값을 39제곱해 모두 더하면, 다시 이 숫자 자체가 나온다. 말하자면, 39자리의 거대한 자기 복제인 셈이다.

이 계산은 일반적인 계산기로는 불가능하며, 고정밀도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로만 검증할 수 있다. 이 수들은 실용적 의미보다는, ‘자기 자신을 다시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수학적 예술에 가깝다.

끝은 있을까?

1985년, 수학자 D. 윈터(D. Winter)는 십진법 체계에서 암스트롱 수가 정확히 88개만 존재함을 증명했다. 암스트롱 수는 자릿수가 커질수록 급격히 희귀해지며, 결국 39자리에서 그 상한에 도달한다.

비록 더 이상 확장되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완벽히 재현하는 이 숫자들은 닫힌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만을 반사하며 완결된 형태로 존재한다. 그 모습은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의 본능을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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